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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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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
2001-09-15 오후 9:5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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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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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교수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테러사건을 보신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아서 올립니다.
약한 자 편에 서서 역사를 보자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는 전세계 사람들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몰아넣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혼란도 오래 가겠지만, 테러의 한층 높아진 수위를 직접 본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진 불안은 지워지기 힘들 것이다. TV에서 수도 없이 틀어대는 충돌 장면은 "있을 수 있는 일"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사실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했다.
강도(强度)는 끝없이 높아진다. 타인에게 닥친 잔혹한 비극을 TV는 마치 영화를 틀어주고 게임을 중계하듯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방송국들은 저마다 자기들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노라는, 가장 뛰어난 중계를 하고 있노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원한(怨恨)의 고리가 끝없이 확대되리라는 사실이다. 원한이 계속 증폭될 때, 우리는 그 원한의 시발점을 생각하게 된다. 서구-이스라엘과 이슬람 세계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종교적 원천을 가진다. 정치적, 경제적 맥락도 물론 있지만 그 저변에는 종교적-문화적 갈등이 놓여 있다. 오리엔트 지방의 두 형제가 피의 전쟁을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그리고 유난히 잔혹하고 야만적인 오리엔트 문화(인도의 신이나 동북아, 그리스의 신들과 야훼 등 오리엔트의 신을 비교해 보라)의 원한이 오늘날에는 다른 문명에 속한 사람들까지 분노의 폭풍 속으로 휩쓸어 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에서 그러한 원한의 화약고에 불은 그은 쪽은 서구이다. 우리는 이슬람의 근본주의를 말하지만 그 이전에 서구 제국주의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비극은 서구 제국주의가 남긴 업보(業報)에 다름 아니다.
세계 무역센터에서 벌어진 야만적 행위, 그리고 아무 죄도 없이 당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테러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테러가 어디까지 "발전"할 지 생각하면서 공포를 느낀다. 이번 테러는 그 누구도 용납할 수 없는 잔혹한 행위였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서, 미국의 최첨단 폭격기들이 아프가니스탄 등을 폭격했을 때 그 밑에서 죽어나간 무수한 영혼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생각했던 것일까? 이번 참사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 -- 물론 단 한 사람의 생명도 소중하며 생명에 있어 숫자 놀음은 무의미하다 -- 이 포탄에 갈갈이 찢기는 장면을 TV는 단 한번이라도 비춰준 적이 있는가? 우리는 언제나 서구의 눈길을 통해서 이슬람 세계를 보지 않았던가.
고이즈미가 알아서 긴다고 우리 역시 알아서 길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통해서 종교라는 것이 인간을 얼마나 야만적으로 만드는가를 "종교 천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다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세계사의 비극이 왜 일어나는지 보다 넓은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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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 편에 서서 역사를 보자(퍼온 글) |
이지연 |
2001-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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